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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생활 & 커리어

2022년 회사생활 회고

Reo Dongmin Lee 2022. 12. 21. 09:52

심리적 방황 (2021년)

2021년 구글에 입사하고 약 2달간 행복했고 5개월간 불행했다.
온보딩 동안 행복했고 일 시작 하자마자 불행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기분 탓이다.
오랜 시간 구글 입사가 목표였지만 구글에 입사한 뒤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동안은 목표만 보고 열심히 달려왔는데 정작 목표였던 회사에 입사하고 나니 목표가 없어져서 방황의 시기를 보냈다.
과분할 정도로 많은 기회가 펼쳐져 있는데 정작 선택지가 많아지니 뭘 선택해야 할지도 모르겠었다.
내가 뭘 원하는지도 모르겠고, 주변에 괴수같은 엔지니어들 보면 내가 뭘 잘하는지도 모르겠고,
이것도 저것도 시작하지 못한채로 회사에 적응하지 못하고 2021년 12월까지 매일같이 퇴사 생각을 했다.
회사에 적응하지 못하니 삶이 너무 우울했다.
코로나 때문에 회사 오피스가 문을 닫아서 온라인으로만 일을 하다보니 소속감을 느끼기 어려워서 더 그랬던 것 같다.
매니저에게 내 이런 속 마음을 털어놨다. 자기도 처음에 힘들었다며 라떼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조금 위안이 되었다.
다 그런건가... 그런데 왜 나만 이러는거 같지?

 

1년만 버텨보자 (2022년)

2021년 12월 온라인으로 회사 연말파티를 진행했다.
회사를 안나가다보니 얼굴 아는 사람들이 없어서 별 기대 없이 온라인 미팅 하듯이 참여했는데 생각보다 너어어어어어무 즐거웠다.
입사한지 7개월만에 느껴보는 구글 문화 비스무리한 느낌 이였다.
그렇게 오고싶던 회사에 들어왔는데 코로나 때문에 회사 몇번 나가보지도 못하고, 회사 문화, 업무 제대로 겪어보지도 못하고 떠나는 건 너무 억울했다.
아니 내가 여길 어떻게 들어왔는데..
그래서 결심했다. 1년만 더 버텨보기로.

Google Culture Club

2022년 제일 먼저 시작한 것은 Culture Club 멤버에 지원했다.
구글의 좋은 문화를 지키기 위해 다양한 캠페인과 이벤트들을 기획하는 자발적인 모임이다.
내게 꿈과 희망과 즐거움을 줬던 2021년 연말파티도 Culture Club에서 준비했었다.
상반기에는 150% 내 사심 가득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무려 제 1회 Google Korea E-Sports Olympic

LOL 결승전

팀에 새로 입사하신 누글러 2분이 계셨는데 꼬셔서 함께 대회에 출전했다.
내가 기획하고 내가 출전
개인적으로 입사 후 힘든 시기를 겪었기에 우리 팀에 오신 분들이 잘 적응하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함께 출전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들었던게 업무상으로만 함께 일하고 서먹할 수 있는 사이가 될 수도 있었지만
퇴근 후 매일 함께 협곡으로 출근하면서 마치 대학생때 같이 게임하다 친해진 친구처럼 느껴졌다.
Google Korea에서 처음 진행해본 이벤트였는데 참여하신 분들 피드백이 너무 좋아서 내년에도 꼭 진행 할 예정이다.
행사 핑계로 와이프 눈치보지 않고 게임 할수 있었..

세상 행복한 표정


하반기에는 업무가 너무 바빠져서 Culture Club 활동을 거의 하지 못하고 마지막 연말파티 (Year End Party) 서포트를 했다.
많은 분들이 즐겨주셔서 행사 지원하는 내내 뿌듯했다.

갬동의 블라인드

 

업무 & 성장

프로젝트

올해 7개의 프로젝트를 리딩 했다.
Cloud foundation, Security posture review, SRE, Datalake modernization, Infra modernization migration 등등
매번 주제가 바뀌다보니 처음엔 조금 버거웠다.
홀로 일하던 엔지니어 습관을 못버렸는지 자꾸 혼자서 다 해결하려고 하니 어려웠던 것 같다.
각 분야의 뛰어난 전문가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법을 배웠다.
내가 해결하려 할때는 자꾸 스스로를 그들과 비교하며 자괴감에 빠졌었는데 생각을 바꾸고 나니 세상 든든한 동료들이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기술적으로도 성장했지만
정해진 기간동안 주어진 자원으로 목표 달성을 위한 프로젝트 매니징 스킬과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늘었다.
이렇게 말빨만 늘어간다..

 

Internal Tool 개발

올해는 고객과 프로젝트 외에 개발 업무도 조금 하고 싶었는데 마침 내부 도구를 만드는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몇년만에 개발을 하고있다.
너무 오랜만이라 버벅댄다.
1인분 하려면 시간이 좀 필요할듯..

 

Conference 발표

Google Cloud Korea의 연내 가장 큰 행사인 Next Recap 에서 고객분과 함께 발표 1건
그리고 회사 JAPAC 팀 내부 기술 컨퍼런스에서 발표 1건
무려 영어로

Next'22 Recap

 

승진

매니저가 날 하반기 승진 후보자로 올렸다.
1년만 버티자 모드였고 입사한지 1년 4개월밖에 안된 시점이라 생각 해본적도 없었는데 매니저가 올려준다니 기분이 좋았다.
음 뭔가 인정받은 기분?
나 생각보다 잘 버티고 있던걸지도?
결과는 승진되지 않았지만 여튼 피드백을 통해 부족한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후보로 올린다고 했지 승진 된다고는 안했다.
구글은 한국에서 일만 잘해서는 승진이 어렵겠구나. 글로벌 visibility가 굉장히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다 건너에 살고있는 우리 리더는 내가 한국에서 뭘 하고 있는지 잘 모르니..
한편으로는 아니 일만 잘하기도 어려운데 그렇게까지 해야하나? 라는 자괴감도..

영어

팀마다 차이가 있지만 Google은 영어를 정말 많이 사용한다.
일단 우리팀은 매니저부터 외국인이고,
보통 프로젝트에 함께 들어가는 엔지니어도 글로벌팀에서 배정되다 보니 가끔 고객 미팅시에 중간에 동시 통역을 해야하는 상황도 생긴다.
아니 나는 통역사가 아닌데..
계속해서 영어에 노출 되는 환경이 분명 내게 도움이 될 것이기에 좋기도 하면서도
네이티브가 아니기 때문에 문서작성이나 회의 진행 등 힘든 면이 있다.
이전 회사에서는 영어를 잘하는 편에 속했는데
여긴 잘하고 못하고의 의미가 없다. 네이티브인가 아닌가로 나뉘는 것 같다. 원어민이 너무 많으심.
캠블리, 링글 1년치를 구매해서 따로 연습하기도 하고
출퇴근 시간엔 Audible 로 오디오북을 듣고 있다.
언제쯤 네이티브처럼 말할 수 있을까..?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영어 영어 영어ㅓㅈ 배ㅑㅓㅂ배ㅑㅓㅎ벼ㅗㄷ혀ㅗ배ㅓ볻

 

정리하면..

2022년은 다시 시작하는 한해였다.
나는 흔들리지 않는 목표가 있어야 마음껏 몰입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목표가 확실하지 않으면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 목표에 대한 고민으로 현재에 집중하지 못한다.
생각만 하고 실행하지 못하는 편
이래서 생각이 많은 사람보다 그냥 하는 사람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나 보다.
흔들리는 멘탈을 붙잡고 앞으로의 목표를 세우고 수정하고를 반복하다가
세우고 수정하고 세우고 수정하고 세우고 수정하고 세우고 수정하고
이런 불안한 마음으로는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잠시 미래에 대한 생각을 내려두려고 노력했다.
생각을 멈추고 지금 해야하는 일, 할 수 있는 일, 재밌어 보이는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지나고보니 내게 꼭 필요한 시간이였다.
한차례 폭풍이 지나가고 잔잔해진 바다처럼 내 마음이 그랬다.
잔잔해지고 난 뒤에야 더 멀리 볼 수 있고, 실행 할 용기도 생기고, 유연하게 나아갈 수 도 있다.

마음이 편안해지니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내가 가장 편안하고 행복하고 자신감이 충만한 때에 내가 그리는 새로운 목표들을 적어나갔다.
이게 "최상의 나" 가 선택한 목표이니 앞으로 이 목표에 한해서만큼은 "불안한 나" 는 발언권을 잃게 된다.
더더더 "최상의 나 ver.2" 가 등장해서 소오름 돋는 다른 목표를 제시한다면 모를까
그때까지는 이것이 최선이다고 생각하고 이것에 몰입하기로 했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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